우아한 자태로 백로는 길조로 불립니다.
하지만 천 마리가 떼로 둥지를 틀어 문제가 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도시 개발에 밀려난 백로가 서식지를 바꿔가며 몇 년째 되풀이되는 현상입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흰 새떼가 숲을 뒤덮었습니다.
백로떼가 빼곡한 이곳은 한적한 농촌도, 인적이 드문 곳도 아닙니다.
직선거리로 50m, 도로만 건너면 420세대 아파트 주민들이 사는 도심입니다.
바로 옆엔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김철웅 기자]
"집단 서식지 바로 앞이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방치된 사체도 있습니다.”
매년 3월에 날아들어 여름을 지낸 뒤 떠나는 백로.
그 사이 주민들은 더위에도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새똥 냄새가 상당히 많이 나서 문을 열면 냄새가 확 올라오니까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심합니다. 아파트 난간에 앉아 있을 때도 있고.”
상황이 이렇게 된 건 2년 전 백로 서식지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부터입니다.
"백로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지 전문가와 함께 둘러보겠습니다.”
[조삼래 / 공주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밑에 풀이 없지 않습니까. 배설물이 페인트 뿌리듯이 분사돼요. 이 나무까지 고사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요.”
집단 서식하는 백로 특성상 약 1천 마리가 한꺼번에 모여 있다 보니 새소리도 소음이 됐습니다.
“새끼가 먹이 달라고 조르는 소리가 있어요. 깩깩하고. 소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소리요.)
“서식지 한가운데입니다. 나무 한 그루당 백로가 열 마리 넘게 있어 밀집도가 높습니다. 야산인데도 깃털이나 흔적들 때문에 흰색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저도 잠깐 있었는데 배설물을 맞을 정도로 개체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해가 지고 서식지로 돌아온 직후 새들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조삼래 / 공주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지금은 농경지나 냇가에서 먹이를 먹는 시간이고 일몰 시간 7시 전후로 잠자리로 옵니다.”
퇴근 후 편히 쉴 시간에도 소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파트 주민]
“밤에 새들끼리 싸우는 소리랄까. 깍깍. 차에다가 똥을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는데.”
민원이 계속되지만 개체 수를 줄일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나무를 모두 베어봤지만 가까운 숲으로 이동하는 결과만 나왔습니다.
청주시 일대 백로도 이런 식으로 10년간 3번이나 서식지를 옮겼습니다.
[박학래 / 청주시 자연보전팀장]
“서식지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다른 쪽으로 가면 그쪽 분들 피해 보는 건 마찬가지니까. 현재로서는 사체 치우고 분비물 청소를 깨끗하게 해서.”
대전시도 도심 공원에 있는 백로를 쫓기 위해 아예 나무를 없앴는데, 5km 떨어진 대학교 안에 다시 둥지를 틀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장될수록 서식지를 뺏긴 야생동물이 골칫거리가 되는 사례가 빈번해질 거라고 경고합니다.
"해질 무렵이 되자 새들이 서식지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소리도 더 시끄러워졌습니다. 새들과 공존하려면 인적이 드문 곳에 녹지공간을 확보해서 새들을 유인하는 대책이 유일합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PD : 김종윤
영상취재 : 김명철